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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지간히 딱해 보이거나 절박해 보였나보다. P가 나서서 브런치나 먹자고 제의해 온걸 보면. 그와 나는 과거 약간 복잡한 관계였고, 지금은 그냥 소위 그 "쿨한 관계"를 유지 중인데 같이 엮여야만 하는 공적인 일을 제외하곤 사적으로는 가급적 안만나고 있었다. 만날 이유도 없고, 만나면 더 복잡해질 관계라. 그런 그가 어젯밤 문득 페이스북으로 브런치 같이 먹을래 하는 쪽지를 남겼다. 망설여야 할 일이었고, 만나고 나서 후회할지도 몰랐지만, 난 그냥 덥석 그러자고 답장을 보냈다. 정말 말할 사람이, 얼굴 맞대고 얘기할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름의 핑계는, 저녁도 아니고 술자리도 아닌 바에야 뭐 큰 오해야 생기겠냐는 거였다. 둘이서만 얼굴 맞대고 얘기한 적이, 작년 8월 이후로 처음이었다. 처음에 보자마자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3초간 망설였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 의미없이 안부인사로 묻는 그 질문에, 좋건 나쁘건 그냥 괜찮다고 대답한다. 질문 의도 자체가 상대가 진짜 어떤지 궁금해서라기 보다 그냥 예의상 하는 인사이기에 아무도 진심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나도 여느때 같았으면 그랬을거다. 나 좋아. 너는? 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그러기엔 속에 쌓아놓은게 너무 많아 그 대답이 정말 억지로라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래서 시선을 마주치치 못한채, 어떻게 지냈냐는 말에, 잠깐 망설이다 그만 다 쏟아내고 말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 그와 그렇게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한참 하다 헤어진 후 길을 걸으며, 왜 너는 남의 남자인 것이냐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작년 8월에 들었던 그 생각. 남자친구의 존재가 간절해졌다. 하지만 요즘 내가 나를 대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이 모냥이니 남자친구가 생기겠냐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생각을 접었다. 난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제대로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른다. 그래서 타인도 사랑할 줄 모르는거다. 그러면서 계속 징징댄다. 외롭다고, 좀 보듬어달라고. 얘기를 좀 들어달라고. 이런 내가, 이 순간에 또 이런 징징대는 글을 쓰는 내가 징글맞고 부끄럽다. 세상엔 정말 하나 가진것 없이도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는 이 모양일까. 난 처량하지도 않고 그냥 참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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